주역 64괘

동양철학 주역 64괘 3 수뢰둔 水雷屯 – 막힘 속에서 중심을 세우는 사람

프랙탈명리 2025. 4. 4. 15:10


🌊 길이 막힐 때, 운명이 시작된다

『주역』 64괘 중 세 번째 괘, 수뢰둔(水雷屯).
위로는 물(水), 아래로는 우레(雷).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두 기운이
충돌하고 얽히는 형상이다.

이 괘는 길이 막히고, 의사가 통하지 않으며,
시작은 늘 어긋나고 방해를 받는다는 운의 상태를 뜻한다.
하지만 이 괘는 단순한 ‘불길함’이 아니다.
도(道)가 시작되는 자리,
아직 길이 열리지 않았을 뿐
모든 가능성이 농축되어 있는 상태다.

《계사전》은 말한다:

> 屯者, 道之所生也。動乎險中。
둔은 도가 생겨나는 자리이며,
험난함 속에서 움직임이 시작된다.





---

⚡ 육효로 읽는 막힘의 단계

– 효사 원문과 현대적 해석


---

① 初九(초구)

> 磐桓 居貞 吉 不可涉大川
머뭇거리며 머무르되, 바름을 지키면 길하다.
지금은 큰 강을 건너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 시작하려 해도 자꾸 멈춰지고 방해받는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중심이다.
지금은 더 가지 말고, 제자리에 머물며 다져야 할 때다.

✅ “멈춘 자리는 무능이 아니라, 기반이다.”


---

② 六二(육이)

> 屯如邅如 乘馬班如 匪寇婚媾 女子貞不字 十年乃字
둔하고 꼬인 상황,
의심은 오해이며, 시간이 지나야 통한다.



자꾸만 꼬인다. 말도, 관계도.
진심을 전해도 전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
견디는 시간이 흐르면, 오해는 풀리고 정당한 결실이 온다.

✅ “막힌 진심은 흘러가지 못하지만, 썩지 않는다.”


---

③ 六三(육삼)

> 即鹿无虞 惟入于林中 君子幾不如舍 往吝
사슴을 쫓으나 인도자 없이 숲에 들어간다.
군자는 이를 알아차리고 멈춘다. 나아가면 후회한다.



이 효는 말한다.
무리해서는 안 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고집을 부린다면
그 결과는 더 깊은 혼란이다.

✅ “때로 최선은, 멈추는 것이다.”


---

④ 六四(육사)

> 乘馬班如 求婚媾 往吉 无不利
주춤거리며 나아가되, 진심을 전하면 결국 길하다.



이전과 비슷한 형상이지만,
여기서는 용기를 내는 순간 결과가 바뀐다.
계속 머뭇거릴 것인가,
한 걸음 내디딜 것인가의 차이다.

✅ “혼란 속에서의 진심은, 방향을 바꾼다.”


---

⑤ 九五(구오)

> 屯其膏 小貞吉 大貞凶
어려움이 응축되어 있다.
작은 것엔 길하나, 큰 것을 기대하면 해가 된다.



기회는 있다. 하지만 작다.
조심스럽게 쌓아올릴 수는 있어도
한 번에 뒤집으려 하면 오히려 실패한다.
큰 것을 원하면 넘어진다.

✅ “막힌 운을 푸는 기술은, 작게 가는 것이다.”


---

⑥ 上六(상육)

> 乘馬班如 泣血漣如
수레는 나아가지만 망설이고,
피눈물이 흐른다.



이제는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전히 집착하면, 그것은 스스로를 갉아먹는 후회로 남는다.
더 끌고 가는 게 능력이 아니다.
놓아야 살아난다.

✅ “붙잡는 것이 남는 게 아니라, 흘려보내야 다시 시작된다.”


---

📚 고전이 말하는 ‘막힘’의 본질

《맹자》는 말한다:

> 天將降大任於是人也… 行拂亂其所為,動心忍性,曾益其所不能。
하늘이 큰 임무를 맡기려 할 때는
그의 뜻을 꺾고, 마음을 혼란케 하며
불편과 고통을 주어 그가 할 수 없던 일을 하게 만든다.



즉, 막힘은 훈련이다.
당신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장자》는 덧붙인다:

> 大器晩成
큰 그릇은 늦게 완성된다.




---

💡 둔괘가 남기는 단 하나의 문장

> 막힌 길을 돌파하는 자가 아니라,
막힌 길 앞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자가 끝내 이긴다.




---


#수뢰둔 #둔괘해설 #막힘의미학 #삶의장애물 #주역철학
#육효 #자기중심 #맹자명언 #장자명언 #포기와선택 #철학적글쓰기
#삶의전환점 #고전에서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