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송 天水訟 – 다투지 않고 이기는 사람의 기술]
⚔ 갈등은 왜 피할 수 없는가?
천수송은 삶의 ‘부딪힘’에 대한 고전적 통찰이다
『천수송(天水訟)』은 위로는 하늘(☰), 아래는 물(☵)의 형상이다.
하늘은 위로 오르려 하고, 물은 아래로 흐르니
서로의 방향이 다르고 뜻이 어긋난다.
이 괘는 갈등과 대립, 주장과 반박이 부딪히는 순간을 상징한다.
《계사전》에서는 이 괘를 이렇게 해석한다:
訟者 亦有辯也。剛來而無理 柔得中而上行。
‘송(訟)’은 다툼이며, 분별이 따르는 것이다.
강한 자가 억지를 부리면 해가 되며,
부드러우나 중용을 지키는 자는 윗자리에 오른다.
또한 《대상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天與水違行 訟 君子以作事謀始。
하늘과 물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니 송이다.
군자는 이를 본받아 일을 시작할 때 충분히 계획한다.
즉, 천수송은 단순히 ‘다툼’이라는 현상을 넘어
다툼의 발생 구조, 대립을 조정하는 태도,
그리고 분쟁 후의 방향성까지 관통하는 철학을 담고 있다.
🔍 육효로 읽는 갈등의 진행
① 初六(초육)
不永所事 小有言 終吉
다툼을 오래 끌지 않으면,
약간의 말썽은 있어도 결국 길하다.
갈등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오래 끌면 상처만 깊어진다.
초육은 ‘말’의 다툼에서 빠른 절제와 수습이 중요하다는 걸 말한다.
✅ “길게 말하면 감정이 된다.
감정을 남기면 상처가 된다.”
② 九二(구이)
不克訟 歸而逋 其邑人三百戶 无眚
이기지 못할 송사는 물러남이 이롭다.
돌아가더라도 실이 없다.
이 효는 정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물러남이 오히려 사람과 공동체를 얻는다는 가르침이다.
자존보다 전략이 필요한 순간이다.
✅ “모든 다툼에 승리를 추구하는 건 어리석다.
사람을 잃는 승리는 결국 패배다.”
③ 六三(육삼)
食舊德 貞 厲 終吉 或從王事 无成
예전의 공로에 의지하면 위험하지만,
중심을 지키면 길하다.
과거의 업적이나 관계를 믿고
갈등에 무리하게 개입하면 실패한다.
현실 판단과 성찰 없는 접근은
결국 실패로 이어진다.
✅ “예전의 내가 오늘의 나를 이기게 하지 마라.”
④ 九四(구사)
不克訟 復即命 渝 安貞 吉
다툼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돌아가 명을 다시 구하라.
바꾸면 평온하고 바르면 길하다.
실수를 인정하고 관점을 바꾸는 것.
고집을 꺾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생존과 성숙의 전환이다.
✅ “틀림을 아는 자는 이미 절반은 이겼다.”
⑤ 九五(구오)
訟 元吉
중심에서의 공정한 판단은 크고 길하다.
군자의 자리에 선 사람은
자신의 이해가 아닌
공공의 질서와 정의로 분쟁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 효는 지도자의 바른 갈등 처리 원칙이다.
✅ “공정한 판단은 다툼을 마무리하고, 공동체를 살린다.”
⑥ 上九(상육)
혹 부득송 反咎即血
다툼을 억지로 계속 끌면,
결국 피를 본다.
이 효는 갈등의 과잉이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경고한다.
이미 끝났어야 할 다툼을 질질 끌고 가면
회복 불가능한 상처가 남는다.
✅ “너무 오래 잡으면 칼도 스스로를 벤다.”
📚 고전에서 배우는 갈등의 기술
공자는 조화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다: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같지 않으며,
소인은 같아 보이되 진정한 조화가 없다.
— 『논어 · 자로편』
맹자는 말했다:
以德服人者,中心悅而誠服也。
덕으로 사람을 감복시키는 자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으로 따르게 한다.
— 『맹자 · 공손추하』
장자는 말한다:
勝人者有力 自勝者强
남을 이기는 자는 힘이 있으나
자신을 이기는 자가 진정한 강자다.
— 『장자 · 천도편』
🎯 천수송이 남기는 단 하나의 문장
갈등은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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